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만찬회동 하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25일 2차 실무회동을 열었지만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이 그간 핵심 의제로 강조해 온 민생회복지원금과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등을 제시하자, 대통령실은 의제 제한 없이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자며 반격에 나섰다. 이에 대한 맞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재명 대표는 그간 거리를 뒀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전격 회동했다.

민주 “대통령실이 의제 구체적 검토 안 가져와”…대통령실 “각론보단 포괄적 수용”

민주당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25일 2차 실무회동 직후 브리핑을 열고 “사전에 조율해서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우리가 제시한 의제에 대한 검토를 제시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준비회동이었다”라며 “검토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회의를 진행했는데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을 등에 업고 그간 주장해 왔던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이번 영수회담을 주도할 방침이었다. 대통령실이 민주당이 제시한 의제를 수용한다면 회담을 뜻대로 이끌 수 있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민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제시한 의제를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가 아닌,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대화하자는 ‘포괄적 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비서관은 “민주당 측에서 구체적 제안을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제안, 각론에 답하기보다는 포괄적인 수용을 하겠다는 말로 답변드렸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의제를 언급하기 어렵다는 민주당과 달리 25만원 민생지원금, 채 상병 특검을 직접 거론하면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이른바 민생현안, 국정현안에 대해서 기탄 없는 대화를 원한다면 모든 것을 경청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제안을 다 수용할 경우 ‘국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도 했다. 주제 구분 없이 다 듣기는 하겠지만, 법을 어길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는 쉽게 나설 수 없다는 것으로, 사실상 어떤 의제와 관련해서도 기존 정책기조를 변경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국 주도’ 필요한 민주당, 하루 전 거절했던 ‘범야권 연석회의’ 가능성 열어 둬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만찬회동 하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제공
그간 주요 현안을 영수회담 의제로 내밀며 대통령실을 압박해 왔던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제안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확실하게 확인된 만큼 대통령실이 민주당의 제안을 마냥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를 ‘모두 다 논의하겠다’는 식으로 되받아쳤기 때문이다.

모든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는 제안을 받은 상황에서 이를 거절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의제만 논의하자고 하려니 영수회담에서의 성과가 필요하고, 그렇다고 이를 수용하자니 의제가 분산돼 어느 주제 하나 뚜렷하게 응답을 받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날 갑작스레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가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범야권 연석회의’ 제안에 대해 하루 전만 해도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대통령이 야당 목소리를 듣고자 하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당 대표와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 되지 않느냐”고 사실상 거절의 메시지를 냈던 터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조국 대표와 저녁식사를 한 후 “양당 대표가 수시로 의제 관계없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만남의 배경에 대해 “전에 성남시장 선거 때도 우리 조국 교수님의 도움을 받은 일이 있다”며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했지만, 최근까지 견제의 기류가 흘렀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회동의 이유를 뒷받침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선거 시기에 자주 소통해 왔고, 또 야당이 승리했기에 이를 치하하고 같이 잘 해보자는 뜻이 있다”면서도 이날 회동이 “영수회담을 앞두고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영수회담에 앞서 이 대표가 범야권의 주요 지도자 중 한 명인 조 대표와 회동함으로써 그간 강조해 온 현안들을 영수회담 의제로 올리기 위한 측면 지원을 간접적으로 당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민주당이 양당 대표의 만남에서 “두 당 사이 공동의 법안 정책에 대한 내용과 처리 순서 등은 양당 정무실장 간의 채널로 협의하기로 했다”는 언급이 나왔다는 것을 공개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영수회담과 관련해 차후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동 무산시엔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다음 스텝 고민하는 민주당

2차례 실무회동 끝에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주요 카드가 모두 공개된 만큼 3차 회동에서는 양측의 수용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회동이 무산될 경우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정국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통령실은 총선에서 패배하고도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각각 직면하는 만큼 숙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역대 영수회담처럼 만나기만 하면 그림은 좋게 끝나겠지만, 협의가 다 된 것처럼 보여도 동력이 없어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대통령실이 영수회담을 국면전환 카드로 쓰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기존의 입장대로 할지, 아니면 그래도 의미를 부여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기 위해 수용하고 진행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